◀ＡＮＣ▶

자동차 부품인 오일필터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여과지가 들어 있어야 하는데, 대신에 헝겊조각을 쑤셔 넣은 불량 제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습니다.

모두 자동차 정비협회의 인증까지 받은 것들입니다.

김민욱 기자가 현장을 고발합니다.

◀ＶＣＲ▶

서울의 한 자동차 정비업소입니다.

디젤 차량 한 대를 몰고 가 오일필터를 갈아달라고 요청하자, 정비 직원이 한 자동차 정비협회의
브랜드를 붙인 오일필터로 교체하기 시작합니다.

◀ＳＹＮ▶ 정비업체 직원
"[성능엔 이상이 전혀 없는 건가요?]
아, 이상 없어."

이 차에 사용되는 주 오일필터와 보조 오일필터 2가지를 모두 교체했는데, 이 가운데 쇠용기로 된
보조 오일필터 내부를 확인해 봤습니다.
당연히 있어야 할 기름 여과지 대신 헝겊조각이 필터 용기 가득 구겨진 채 들어있습니다.
꺼내 보니 손수건 크기의 헝겊이 있는데 티셔츠의 팔뚝 부분을 자른 것으로 보입니다.
다른 정비업소에서 교체한 같은 브랜드의 오일필터에서도 헝겊 조각들이 나왔습니다.

이 브랜드의 오일필터 10개를 확인해 보니 7개에서 여과지가 아닌 천 조각이나 실뭉치가 가득 들어있습니다.

◀ＩＮＴ▶ 임기상 대표/자동차시민연대
"필터는 인간의 간에 해당되기 때문에 정제능력이 생명이에요. 여과능력이 없는 필터는 엔진에 무리가 오고
차에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."
제조업체 측은 이 사실을 처음엔 부인하더니, 제조업체가 보관 중인 오일필터 제품에서도 헝겊이 나오자
문제를 납품업체 탓으로 돌립니다.

◀ＳＹＮ▶ 제조업체 관계자
"저희가 이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, (납품)업체에다 얘기를 했더니 업체에서는 시중에 자기가 그렇게
생산을 해서 다 공급을 하고 있다고..."
납품업체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더니, 무슨 문제가 있냐면서 오히려 취재진에게 짜증까지 냅니다.

◀ＳＹＮ▶ 납품업체 관계자
"아직까지는 차에 이상이 있다고 얘기들은 적 있습니까? 그걸 찾아보고 오세요.
이것(헝겊이 든 필터)만 들고 오셨잖아요."
이 불량 오일필터는 한 자동차 정비 협회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브랜드를 부착한 채
전국 수천여 개의 자동차 정비 업소에서 유통됐습니다.
이렇게 불량부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협회 측이 불량부품을 걸러낼 수 있는
검사기관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.
그런데도 불량제품들은 마치 협회가 품질을 검사한 것처럼 제품마다 협회 인증 마크가 부착된 채
팔려나갔습니다.
협회 측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, 불량이 의심되는 3개 회사 제품 2000여 개를
우선 수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.

◀ＩＮＴ▶ 소순기/모 자동차 정비 협회장
"이번에 문제가 된 베스타하고 (구형) 스포티지 이런 것은 단종이 되다 보니,
차가 많지 않다 보니까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.(그런 결과가 나왔습니다)"

이 오일필터를 사용하는 차량은 구형 스포티지 등 구형 디젤 엔진 차량으로
국내에 7만 5천 대 정도 등록돼 있습니다.
오일필터뿐 아니라 다른 부품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.

따라서 지금처럼 자동차 부품 인증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업체의 자체 검사로만
부품의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면 불량제품의 유통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.